바쁜 현대인들에게 “빨리 먹기”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점심시간 10분 만에 식사를 마치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무심코 밥을 삼키는 습관은 누구나 익숙하죠.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식사 속도가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라, 비만·당뇨·소화불량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식사 속도가 빠를수록 ‘포만감 신호’가 늦게 온다
우리의 위는 음식을 받아들이면 팽창하며 포만 호르몬(렙틴, GLP-1, PYY 등)을 분비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호가 뇌까지 전달되기까지는 약 15~20분이 걸립니다. 즉, 식사를 빠르게 끝내면 아직 포만감 신호가 도착하기도 전에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과식과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2014년 Journal of the American Dietetic Association에 실린 연구를 살펴보면, “천천히 먹는 것이 실제로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포만감을 높이는가?”를 실험적으로 검증했습니다.
건강한 30대 여성을 대상으로 빠르게 먹은 그룹과 천천히 먹은 그룹을 비교 평가하였는데, 빠르게 먹은 그룹의 평균 식사시간은 약 9분이며, 총 섭취 열량은 약 645kcal인데 반해, 천천히 먹은 그룹의 평균 식사시간은 약 29분이며, 총 섭취열량은 약 579kcal로 약 10%가 감소하였습니다. 또한 포만감 점수 또한 빠르게 먹은 그룹(약 0.12)에 비해 천천히 먹은 그룹(약 0.16)에서 높게 나타났습니다.
즉, 천천히 먹은 그룹은 같은 음식임에도 약 66kcal를 적게 먹고, 식사 후 포만감은 더 오래 유지되었습니다.
[참고문헌: Eating Slowly Led to Decreases in Energy Intake within Meals in Healthy Women]
식사 속도와 비만, 대사질환의 연관성
2020년 Nutrients에 게재된 연구에서는, 싱가포르 다인종 성인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식사 속도와 대사 건강의 연관성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빠르게 먹는 사람은 느리게 먹는 사람보다 하루 섭취 열량이 약 105kcal 더 많고, BMI 및 허리둘레가 크며, 비만과 복부비만 위험이 각각 약 2.2배, 1.8배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또한 혈압과 중성지방 등 심혈관 위험 지표도 불리하게 나타나, 식사 속도를 늦추는 것이 비만과 대사질환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1) 빠르게 먹을수록: 혈당과 인슐린이 급등
식사를 빠르게 하면, 음식물이 짧은 시간 안에 위로 들어오면서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합니다. 이 때 우리 몸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급격히 올라간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을 조절할 뿐 아니라, 지방 합성을 촉진하고, 남은 에너지를 지방으로 저장하는 역할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빨리 먹는 습관은 인슐린 과분비 → 지방 축적 →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천천히 먹을수록: 혈당은 완만히, 인슐린은 안정적으로
반대로 천천히 먹으면 음식이 위에 서서히 들어가고, 혈당 상승 속도가 완만해집니다. 혈당이 천천히 오르면 인슐린도 필요한 만큼만 분비되어,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지방 합성도 억제됩니다. 또한 포만감 호르몬의 분비가 충분히 이루어져 식사 후 만족감이 커지고, 다음 식사 때 과식할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즉, 천천히 먹는 습관은 혈당 조절, 체중 관리, 포만감 유지 모두에 도움이 됩니다.
소화기 건강에도 영향
빨리 먹는 습관은 ‘공기 삼킴’을 증가시켜 트림, 복부 팽만, 위산 역류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충분히 씹지 않으면 침 속의 소화효소(아밀라아제) 작용이 줄어, 탄수화물의 1차 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이로 인해 소화불량, 복통, 가스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빨리 먹는 습관은 단순한 생활패턴이 아니라, 대사 건강과 소화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따라서 식사 속도를 늦추는 것은 가장 손쉬우면서도 효과적인 식사습관 개선법이라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실천 팁
– 20분 이상 식사 시간을 확보하기
– 한입에 15회 이상 꼭꼭 씹기
– 숟가락을 내려놓고 대화하면서 식사하기
– 식사 전 따뜻한 물 한 잔으로 포만감 보조하기
